참가 계기
작년도 캡스톤디자인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한국 ETF 시각화 플랫폼으로 어떻게 논문을 쓸까 고민하다가, 문득 학술대회를 출품해보면 어떻겠냐는 교수님의 조언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은 한국정보과학회(KCC)의 대학생 학술대회를 권유했지만, 제가 찾은 한국IT서비스학회 춘계학술대회가 더 신청기간이 빨랐고 심지어 대학생 대상이 아닌 전체 대상이었기에 신청 과정에서 떨어질 것을 예상했습니다. 결과를 확인하고 KCC 학회에 출품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붙어버렸습니다. 덕분에 남들보다 빠르게 졸업논문을 준비하게 되었고, 본 학술대회가 논문뿐만 아니라 PPT형태의 자료도 제출이 가능했습니다. 제 프로젝트는 이론적 배경이 담긴 연구라기보단 practical한 개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논문 형태가 아닌 PPT로 제출을 했습니다.
준비 과정
그렇게 발표 결정이 나고, 발표까지 한달을 남겨둔 시점에서 교수님과 일주일에 한 번씩 미팅을 하며 발표 준비를 했습니다. 이미 프레젠테이션 경험이 많으셨던 교수님은 직접 만든 예시 ppt를 보여주셨고, 저는 감탄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이게 박사&교수 클라스구나...) 간결한 ppt보다는 최대한 내용을 꽉꽉 채워 넣은 것이 더 멋져 보이기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수님의 응원에 힘입어 담고 싶은 내용은 모두 담으면서도 청중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발표자료를 만들고, 스크립트도 열심히 짰습니다. 발표시간이 10분이라 그 안에 제가 개발했던 내용을 최대한 담아야했습니다. 또 코드에서 부족한 부분을 추가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했습니다. 그 와중에 학술대회의 일정이 나왔고, 제 프로젝트와 이름이 들어간걸 보고 나서야 실감이 나고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발표 당일
여차저차 준비가 다 끝나고 발표 당일...
교수님의 문자 응원과 함께 대한서울상공회의소로 향했습니다. 버스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기에 '스크립트는 버스 안에서 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버스에 올랐고, 그대로 내릴 때까지 잠들었습니다... ㅎㅎ 다행히 스크립트 내용을 어느 정도 아는 상태라 애드리브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고 조금 걸어가니 높은 빌딩들에 둘러싸인 숭례문이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보기도 해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주변에는 금융회사들이 즐비해있기때문에, 딱 봐도 직장인으로 보이는 분들이 수두룩했습니다. 커피 한잔씩 들고 벤치나 길가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멋있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대한서울상공회의소 앞에 도착했고, 생각보다 큰 건물에 긴장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1층에는 스타벅스가 있어서 점심시간에 커피를 즐기는 직장인 분들이 바글바글했습니다. 전 풀 정장을 입었기 때문에 거기서 제일 갖춰 입은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다들 가볍게 입고 다니시더군요.
북적이는 1층을 지나 대회장인 지하로 내려가니, 무척이나 한산했습니다. 온/오프라인이 병행되기때문에도 그렇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나 적었습니다.
저는 큰 강당같은 곳에서 진행될 걸로 예상했지만, 트랙별로 대학 강의실? 사이즈의 공간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전에 일단 카운터로 가서 출석과 접수를 했고, 체온도 재고, 정상체온이라는 스티커? 도 부착하고, 명찰도 달고, 상당한 두께의 출품 자료집도 받았습니다.
발표장에 들어서고, 빈 자리에 앉고 나니 그때부터 심장이 요동쳤습니다. 발표장 왼쪽에는 성균관대 교수님이 좌장으로 앉아계셨고, 오른쪽에는 진행하시는 분들이 앉아계셨습니다. 사람도 많이 없었는데 혹시 내가 실수하진 않을지 걱정이 되더군요. 다행히 앞 발표자가 발표를 하면서 수그러들었습니다. 두 번째 순서라 곧 제 차례가 되었고, 준비해둔 스크립트를 들고 앞에 나가 발표를 했습니다. 불편했던 건 진행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산만하고 정신없어서 저까지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뭔가 진행 준비가 잘 안 된 느낌...?
발표는 zoom을 통해서 온라인 참가자분들께도 생중계되었고, 발표를 하는 제 얼굴도 비쳤습니다. 심호흡 한번 하고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안타까웠던 건... 제가 ppt에 껴둔 gif 파일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 프로그램이 동작하는 모습이 잘 전달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상황을 바로 설명드리고 발표를 이어나갔습니다. 발표장에 계시는 분들을 쳐다보면서 발표하니 몇몇 분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청을 해주셨습니다. 그런 게 굉장히 기분이 좋더군요. 덕분에 힘을 얻어서 재미있게 발표했던 것 같습니다.
발표가 끝난 뒤, 질문 시간에는 아무 질문도 받지 않았습니다. 사실 온/오프라인 참가자들이 통틀어 다른 발표시간 동안에도 질문을 하나도 안 하더군요... 좌장님이 뻘쭘해하는걸 가까이서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질문이 없어 좌장님이 한마디 해주셨고, 일상에서 문제를 찾아서 practical한 프로젝트를 한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단 이것을 논문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이론적 배경을 더 보충해야 할 것 같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감사인사를 드리고 내려왔습니다.
이어 다른 발표자들의 발표를 모두 들었고, 명색이 학술대회인데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길래 중간에 질문 하나도 던지고 나왔습니다. 오히려 발표자분들은 질문받는걸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다들 열정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렇게 제가 속해있던 세션이 끝나고 저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뭔가 긴 시간 준비한 것에 비해 허무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할 일이 줄기도 하고, 졸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요.
발표 후 집으로 가는 길
대한서울상공회의소 앞에서 가벼운 인증샷을 찍고, 집에 가는 버스를 타러 불편한 정장을 고쳐 입으며 터벅터벅 걸어갔습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안 사실이지만, 제 가슴에 아직 명찰이 달려있었습니다. '경희대학교 학부생 김동혁'. 창피한 마음에 얼른 주머니로 숨겼습니다 ㅠㅠ. 그리고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저 말고는 대부분 대학원생이거나 석박사, 기업이나 기관에서 오신 직장인 분들이더군요. 몇 없는 학부생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이 내심 뿌듯했습니다.
집 가는 길은 더웠고, 버스는 시원했습니다. 제가 언제 또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 수 있을까요.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학술대회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발표 후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하는 모습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볼 수 없었습니다. 그 점은 좀 아쉬웠어요.
이렇게 대학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습니다. 올 하반기에 졸업할 예정이고, 앞으로는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었네요.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도 학술대회 참가를 통해 좋은 경험을 쌓아보시면 좋겠습니다. 긴 글이지만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2023.01.02
발표 영상이 유튜브에 있었는데 확인을 못했네요 ㅎㅎ... 부끄럽지만 남겨놓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B8wFGlpdHs
'Diary - 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컴퓨터 비전 분야 논문 & 연구 검색하기 (0) | 2022.12.11 |
---|---|
2021 신한금융투자 데이터사이언스팀 인턴 후기 (0) | 2021.09.06 |
마이다스아이티 AI면접/기술면접 후기 (0) | 2020.12.21 |
T아카데미 -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의 데이터 엔지니어링 기초 (0) | 2020.09.23 |
핀트(FINT) 투자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만뒀습니다. (ETF투자/후기) (0) | 2020.08.23 |